찬란한 색채에 담긴 슬픈 역사 - 고레섬


공항코드 명, DKR. 다카르.

서부아프리카에 위치한 세네갈의 수도. 여행지라기엔 쉽게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도시, 다카르로 가는 비행은 험난한 편이다. 아프리카 비행에서 들을 수 있는 백색소음은 두 가지로 하나는 비행기 엔진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소리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승객들이 애정을 담아(?) 입으로 불어내는 ‘쉬-쉬!!’소리다. 우리나라의 ‘저기요’와 같은 맥락일 것인데, 주의를 처절히 갈구하는 듯 한 이 휘파람 같은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땐, ‘진정 뱀을 쫓는 듯한 저 소리가 나를 부르는 것인가’ 싶어 꽤나 당황했었다. 지금은 고맙게도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내공이 생겼다. 백색소음으로 인한 9시간 비행의 고단함과는 달리 다카르는 내가 비행한 데스티네이션 중 예쁜 여행지로 손꼽는다. 힘든 비행 뒤에 따라오는 다카르에서의 레이오버는 그 때문인지 꿀처럼 달콤했다.


lle de goree의 입구 전경. 세네갈에서 lle de goree 로 들어가는 ferry 시간표가 궁금하다면 visiting-africa.com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if !mso]> <style> v\:* {behavior:url(#default#VML);} o\:* {behavior:url(#default#VML);} w\:* {behavior:url(#default#VML);} .shape {behavior:url(#default#VML);} </style> <![endif] StartFragment비비드한 색감이 강렬한 세네갈의 태양과 딱 맞게 어우러지는 고레섬(goree island). 다카르에 왔다면 이 섬만큼은 바쁜 일정을 쪼개서라도 들르라고 추천하고 싶다. 고레섬은 세네갈 남북의 정중앙이자 미대륙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대서양으로 향하는 서쪽바다 끝에 자리해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고래섬은 15세기 포르투갈 사람에게 발견된 이후로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많은 국가들의 노예무역 중심지였다.


참담한 역사의 현장 'lle de goree' 노예의 집

이 섬은 본래 누구나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이란 의미로 'good rest'라 불렸다 한다. 그러던 것이 노예 해방 이후, 아프리칸-프렌치 표기 식으로 바뀌면서 현재의 ‘goree'가 되었다고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가 이야기했다. 눈부신 색깔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고레섬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믿기지 않는 참담한 ‘노예무역의 중심지’라는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15세기에서부터 19세기까지 아프리카 연안의 가장 큰 노예무역 중심지였던 이곳에서 약 2000만여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15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사이에 이 섬을 통해 떠났다. 노예무역의 전성기였던 1786년에는 2000여 명이 넘는 노예가 다른 나라로 거래되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크고 활발했는지 조심스레 짐작해 볼 뿐이다.

2층으로 된 집. 단단하게 지어지다 못해 작은 집인데도 웅장해 보이기까지 한 외벽 중간에 어울리지 않는 나무문이 눈에 띄었다. 금방이라도 펄럭-하고 열릴 것만 같은 작고 낡은 나무문. 문을 열자 작은 문으로 새-파아란 아름다운 바다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영화 쥬만지나 헤리포터처럼 신비한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리는 느낌이랄까?


The door of no return - 돌아올 수 없는 문


불행히도 이 문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이긴 하나 ‘돌아올 수 없는 문이었다. 1층 노예들을 감금해 두던 방들 사이에 자리한 문은 지긋지긋한 노예생활로부터 빠져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이 문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일단 문제가 없다면 이 문을 통해 배에 실려 해외노예로 팔려가는 길을 나서게 된다. 배를 타면 짧게는 6주에서 길게는 18주 이상을 손발이 묶인 채로 배에 누워서 가게 된다. 굴비가 서로 엮인 듯이 차곡차곡 실려 식사는 하루에 한 번, 그마저도 누워있는 상태로 입을 벌리고 있으면 선원이 지나가며 한 수저씩 입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혹시 모를 난동이나 폭동을 방지하기 위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만큼만 음식을 제공하기 위함이란다.


두 번째는 몸이 아프거나 성인 남자가 60kg라는 몸무게를 미달했을 경우다. 즉, 상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다른 노예들에게 병을 옮겨 손실이 날 것이 우려되는 경우다. 이러한 연유로 이 문을 통과한 노역자들은 무거운 쇳덩이를 달고 그대로 바다로 빠지게 된다. 금방이라도 펄럭댈 것 같던 작은 문은 실로 어느 쇠로 만든 문보다도 열기가 버거운 것이다.


이 문 앞에 섰던 수많은 유명인들 가운데,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있었다. 그는 이 문에 서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슬프고 무거운 역사의 현장은 새파란 하늘과 그보다 더 짙푸른 바다만이 아는 듯 시원한 파도소리가 적막한 기운을 깼다. 새삼 이 파란 바다를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문 안에 갇히지 않고 문밖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ndFragment






You Might Also Like:

TAKE OFF 테이크오프

승무원이 만드는 여행매거진

© 2017 by Takeoff Travel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