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샴페인, Le Cru

June 6, 2017

 

 

비엔나에는 아주 특별한 샴페인 바가 있다. 비엔나에 가면 즐겨가는 곳인데, 문을 일찍 닫는 편이라 비행 후에도 마음먹고 맞춰가지 않으면 닫힌 문을 보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한다. 자그마한 곳에 좌석도 많지 않은 바에는 보통 매니저 혼자 손님을 맞는다. 직원은 바쁠 때 나와 일손을 거드는 아담한 바이다.

 

 

 

르 크뤼의 메니저는 Fritz Blauent이다. 손님이 들어와도 딱히 미소 짓지 않는 그는 양복에 스니커즈를 신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매장 안 곳곳의 빈 잔을 채운다. 손님 잔이 비면 큰 실례라도 되는 양, 어느 샌가 다가와 내 빈 잔에 황금빛 샴페인을 따른다.     

 

J : 샴페인 좋아하시나요?

F : 나, 샴페인 싫어해요. 하하. 농담입니다. 샴페인 정말 좋아하죠.

좀처럼 미소 짓지 않는 그는 내 물음에 쾌활한 웃음을 터트리며 답했다.

 

J : 르 크뤼의 이 주의 샴페인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 건가요?

Champagne of the week 라, 다른 곳과 달리 이 곳은 이 주의 샴페인이 있다. 마치 셰프의 오늘의 메뉴와 같이 이곳에서 특별히 추천하는 샴페인이라 궁금증이 일었다. 

 

F : 보통 날씨에 따라 달라져요. 더운 여름에는 좀 더 신선한 샴페인으로 겨울에는 좀 더 오크향이 나는 샴페인으로 준비하죠. 때로는 내가 마시고 싶은 샴페인을 가져오기도 하고.....

하긴 어디든 주인의 취향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J : 르 크뤼는 몇 종류의 샴페인을 보유하고 있죠?

F : 대형 샴페인 하우스 20곳와 소형 샴페인 하우스 40곳, 약 250여 종의 샴페인을 보유하고 있어요.

 

J : 대형 샴페인 하우스란 어떤 곳이죠?

F : 모엣 샹동Moet et Chandon 같은 상업적인 대형 샴페인 하우스죠. 모엣은 1년에 약 3천만 병을 생산 해 내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매 초마다 모엣이 한 병 따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우리가 얘기를 나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모엣 샴페인이 터졌겠네요.

 

J : 정말 엄청난 양이네요. 그럼 소형 샴페인 하우스는 몇 병정도 생산하는 곳인가요?

F : 약 2에이커의 땅에서 16,000병 정도의 샴페인을 생산하는 곳이죠.

 

J : 그도 적은 양은 아닌 듯 싶은데요. 바쁜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요. 좋아하는 샴페인이나 추천하고 싶은 샴페인이 있다면요?

F : 저는 좋아하는 샴페인이 딱히 없어요. 날씨에 따라 음식에 따라 그 때 그 때 어울리는 샴페인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를 고르기란 아주 힘들거든요.

J : 하긴 그렇네요. 얘기 고마웠어요.

 

한 쪽 눈짓을 찡긋하며 빈 잔을 채우러 다시 손님에게로 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유럽인 특유의 여유가 느껴진다. 처음 봤을 때의 예의 그 무뚝뚝했던 얼굴에 표정이 생겨났다. 병을 따봐야 그 향과 맛을 알 수 있는 샴페인 같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그의 미소도 보지 못했으리라. 여행은 이렇듯, 몰랐던 커다란 깨달음을 준다기보다 잊고 있었던 소소함을 일깨워준다. 

 

 

그러고 보니 나도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어딘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 질문의 답은 항상 '딱히 그런 곳 없어요.'였다. 겨울만 해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는 유럽이 좋다가도 추위에 감기라도 걸리면 그래도 따뜻한 태국이 낫지 싶고, 어제는 번화한 홍콩이 좋았다가 오늘은 친구가 있는 맘 편한 싱가포르가 가고 싶다가, 볕 좋은 호주가 최고 아니냐 하다가도 금새 회색 하늘의 영국이 그리워지는 변덕인지 애정인지 하는 게 매번 손바닥 뒤집 듯 쉽게도 바뀐다. 사실 모든 도시가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 딱히 한 곳을 고르는 건 남자친구 고르기보다 더 어려운 일인 듯 싶다. 아마 샴페인에 대한 그의 마음도 나와 같은 게 아닐까. 사실 이 모든 건 그 때의 분위기라 붙이는 그 날의 내  맘 가는 대로니까.  

 

비엔나와 왔다면 르 크뤼에 들러보자.

내 맘에 딱 드는 남자친구는 못 골라도 내 맘을 딱 채워 줄 샴페인은 고를 수 있을테니.

 

 

 

[르 크뤼  Le Cru]

비엔나 시내 중심지 코너에 자리한 아담한 사이즈의 샴페인 바, 르 크뤼.

아직은 신선한 듯 이제 막 8년이 된 르 크뤼에 들어서면 가볍게 흘러나오는 재즈와 그 재즈에 박자를 맞추듯 펑, 펑하고 샴페인 따는 소리가 가득 흘러넘친다. 수많은 샴페인 중에 무엇을 마실지 망설여진다면 이 주의 샴페인을 시도해보자. 매니저의 깐깐한 안목이 빛을 발하는 샴페인을 맛보게 될 테니까.

  

http://www.lecru.at

Tel : +43 1 533 4260

Petersplatz 8 A - 1010 Wien

Mon - Fri 12:00 - 21:00

Sat 12: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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