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OFF 테이크오프

승무원이 만드는 여행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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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Hanoi 비행이 알려준 것

March 5, 2018

 

베트남하면 보통 쌀국수, 아오자이, 메콩강, 넝라(Nón lá, 원뿔모양의 베트남 전통모자)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베트남하면 *outstation sick leave가 떠오른다.

 

때는 바야흐로 비행한 지 고작 6개월 된 완전 꼬꼬맹이 시절이다. 처음 하노이 비행을 가게 되어 잔뜩 신났던 나는 진작부터 철저한 사전조사를 시작했다. 묵게 될 호텔 리셉션에서 메콩강 투어를 하면 얼마라는 둥, 시간은 얼마나 걸린다는 둥, 크루들이 꼭 가는 유명한 스카이바 등등. 베트남스러운 사진을 잔뜩 찍어올 생각에 신난 나는 원피스에 힐만 달랑 수트케이스에 챙겨 넣고 공항으로 향했다. (물론 이건 모든 승무원들이 자주 하는 실수)

 

브리핑에서 예전에 같이 비행한 적이 있는 모로칸 친구도 만나고 함께 가게 될 동료들도 모두 성격이 좋아 보였고, 다들 가서 투어하고 놀러 나갈 얘기하느라 비행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비행도 승객들도 문제 없이 순탄하게 지나가는 듯 했다.

 

착륙 약 30분 전, 우리 비행기는 하노이 공항을 향해 하강을 시작했고 내 양쪽 귀도 꽉 막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소위 말하는 ‘항공성 중이염’이었다. 급격한 고도 변화로 특히 비행기 착륙시, 그리고 감기나 비염이 있으면 더욱 쉽게 발생하는 귀가 먹먹해지는 증상이다. 비행가기 전부터 살짝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건조하고 먼지 많은 기내에서 결국 코감기로 코가 막혀버렸던 것. 입을 크게 벌리거나 하품하기, 껌 씹기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귀 막힘 증상을 해결할 수 있지만, 이날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보아도 귀가 뚫리지 않았다. 승무원들도 안전벨트를 하고 점프싯에 앉아 마인드컨트롤을 해야 하는 착륙 순간에도 통증이 너무 심해 (규정을 어기고) 맞은편 부사무장에게 인터폰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할 정도였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내 귀는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도 호전되지 않았고, 한숨 자고 일어나도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베트남에서의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회사와 연계된 의료콜센터에 전화를 했고, 인증샷 찍으려고 챙겨온 미니스커트와 힐을 신고 스카이바 대신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귀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일주일은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럼 나는 혼자 여기에 일주일을 남아있어야 한단 말인가?

 

의료팀 연락을 기다리며 사무장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일단은 나 혼자 하루 더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 같이 온 동료들을 먼저 보내고, 호텔 방에서 내내 룸서비스만 시켜먹으며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언제 아부다비로 돌아갈 지도 모르고 회사와 의료팀에서 번갈아 오는 전화를 계속 받아야 했지만 그 와중에 좋은 점(?)을 찾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룸서비스 퀄리티가 의외로 괜찮았고 베트남 물가도 저렴한데다가 승무원 할인까지 30% 받아서 5끼 식비가 한화 4만원도 안 나와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계산할 때는 너무 싸서 의아했을 정도.

 

베트남 쌀국수 150,000동

 

에그 플레이트 조식 120,000동

 

펌킨스프 90,000동 / 시푸드 스프링롤 180,000동

 

볶음면 210,000동

 

 

서로인 스테이크 375,000동

 

둘째, 레이오버에서 병가를 내면 더 머물게 된 시간만큼 layover allowance도 나온다. 물론 방값도 당연히 회사에서 지불하고, 회사며 의료팀이며 여기저기 연락하느라 쓴 국제전화비도 회사에 신청하면 다 돌려받을 수 있다.

 

마지막이 압권이다. 다음 날 아직 환자라 데드헤딩(deadheading, 승무원이 일하지 않고 일반 승객으로 비행하는 것)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운 좋게도 비즈니스 클래스로 배정을 받은 것이다. 입사 8개월만에 처음 타보는 비즈니스석이었다.

 

     예전 런던 비행에서 한국 손님이 브리티쉬에어 퍼스트클래스보다 

에티하드 비즈니스클래스가 훨씬 낫다는 말이 떠올랐다. :-)

 

 

그렇게 겨우 아부다비로 돌아온 나는 일주일 정도 더 안정을 취한 후에야 겨우 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날 이후 지금까지도 몸 상태가 안 좋거나 기차 타고 터널을 지난다거나 할 때면 귀가 자주 아프곤 한다. 스쿠버다이빙은 꿈도 못 꾸고, 핸드백 속에 항상 나잘nasal스프레이를 챙겨 다닌다.

 

그렇게 귀 건강과 맞바꾼 교훈을 배웠다. 감기 걸렸을 땐 절대 비행하지 말 것, 그리고 건강관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

 

 

* narsal spray -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 코 질환이 있을 때 콧속에 뿌리는 스프레이형 치료제

*outstation sick leave  비행을 나간 취항지에서 병이 났을 때, 비행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쉬게 되는 것.

 

GIA는 아부다비에 거주하는 비행 4년차 승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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