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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두고 온 나의 소울푸드, 베트남 쌀국수

March 6, 2018

 

파리는 한 여름을 제외하곤 흐린 날이 참 많다. 회색 하늘에 우산을 펼치기 애매할 정도로 내리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비를 조금씩 맞다 보면, 으스스한 쌀쌀함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이런 날이면 분위기 넘치는 파리 시내의 모습을 담기엔 너무 지친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그때마다 찾아갔던 파리 곳곳의 베트남 쌀국수 음식점들. 나에겐 비행에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일종의 소울푸드였던 것 같다.

 

 

파리지앵인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내게 말하곤 했다. “쌀국수는 베트남 현지보다 파리가 더 맛있어.” 그리고 나는 이 말에 50%는 동의한다. 반만 동의하는 이유는, 베트남 현지에서 아직 쌀국수를 직접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감히 파리의 단골 베트남 음식점을 최고로 뽑는다. 원조를 먹어보지 못했다고 해서 맛을 평가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 

 

 프랑스에서의 베트남 음식의 발달 기원을 언급할 때는 두 나라의 역사적 관계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베트남에게 어쩐지 괜한 과거를 들추는 미안한 마음 또는 짠한 동질감 같은 게 든다. 1880년대부터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독립 이후에도 프랑스 본토에 남은 베트남인들이 지켜온 고국의 맛이 지금의 파리 베트남 맛집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파리의 대표적인 차이나타운인 파리 13구의 한 골목에는 베트남 쌀국수집이 밀집해있다. 사장님도 단연 베트남 분이다. 음식점 입구부터 진하게 우러난 고기국물 냄새가 입맛을 돋우고, pho 13, pho 14 등 무심하게 지어진 간판 아래 조금은 허름한 식당 내부로 들어가면 적당히 찬 아시아계 손님들이 보인다. 언제 내가 파리 시내를 거닐었냐는 듯 어쩐지 익숙한 작은 베트남 길거리의 가게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국물이 일품인 13구의 쌀국수집에서는 볶음국수보다는 포(pho)요리를 추천한다. 곁들일 고기나 완자 종류가 다양해 항상 메뉴판을 받아 들고 한참 고민을 한다. 곱빼기 같은 1인분이 나오는데다가, 워낙 면을 조금 먹고 국물을 위주로 ‘흡입’하는 나는 그릇에 자주 면만 덩그러니 남기곤 해서 사장님에게 맛이 없었냐는 질문을 몇 번 받고 해명을 해야 했다. 그 이후론 꼭 면은 적게, 국물을 많이 달라고 미리 주문한다. 참, 육수를 고아내는 시간에 맞춰 방문했던 행운의 날에는 야들야들한 수육을 서비스로 받을 수도 있다.

 

 

Pho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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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vietnamien

Adresse : 66 Avenue d'Ivry, 75013 Paris, France

Horaires :

11:00–23:00

Téléphone : +33 9 80 38 38 38

 

->pho 14, 출처 google image

 

위의 13구 베트남 음식점들이 국물을 깊이 갈망하는 내 자신을 달래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라면, 두 번째 장소는 파리시내의 분위기와 베트남 음식이 잘 어우러지는 곳이다. 어김없이 베트남 음식은 먹고 싶은데,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진 차이나타운 13구까지 가기는 귀찮을 때, 기왕 파리에서 외식하는 건데 그래도 분위기는 내고 싶을 때, 그런데 맛은 또 따져야 할 때. 그럴 때 가고 싶어서 찾아낸 곳이다. 

 

 파리의 중심 오페라 가르니에의 뒤쪽 Grandes Boulevards 대로변에 제법 크게 위치한 음식점이 있다. ‘하노이 카페’라는 이름을 빼면 한 눈에 보기에 베트남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 예상하기 힘들다. 이태원의 바를 떠올리면 비슷한 이미지일까? 조금 어두운 조명과 젊은 트렌드에 맞춘 감각 있고 세련된 베트남 소품들로 꾸며져 내부는 깔끔하고 널찍한 공간이다. 식사뿐만 아니라 칵테일, 맥주 등의 주류에도 어우러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감자튀김 등 안주류도 팔고 있었다.

 

 

보통 프랑스의 저녁식사 시작 시간인 7시에 도착했는데도 식당은 이미 바글바글하다. 주말에는웨이팅을 피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 논스톱 운영을 하는 곳이었다. 테라스 자리로 안내를 받고 메뉴를 주문한다. 쌀국수, 보분, 볶음국수 등 여러 메뉴를 맛보았는데 역시 분위기 탓일까, 깔끔한 보분이나 팟타이 종류를 자주 찾게 되었던 것 같다. 쌀국수는 단일메뉴인 반면 보분과 팟타이는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함께 곁들이는 하노이나 사이공 맥주까지, 분위기에 취해 2차를 부르는 곳이다. 익숙한 베트남 음식으로 기분 좋은 식사도 하고, 파리의 핫 플레이스에서 젊고 시끌벅적한 파리지앵들과 어울리는 기분도 들어 이곳에서 저녁을 먹는 날엔 늘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갔다. 

 

 이외에도 파리에는 수도 없이 많은 맛있는 베트남 음식점이 있다. 사실 베트남 음식 자체가 전 세계 도시에서 대중적이기는 하지만, 파리에서 맛보는 베트남 쌀국수와 보분의 맛은 조금 특별하다. 다시 파리에 가도 처음인 것처럼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다니는 하루의 중간, 날씨는 쌀쌀하고 배는 출출하고, 아직 내 일정은 남았고, 현지 음식과 빵에 지친 몸을 데워 줄 무언가가 필요해 지는 그 순간, 쌀국수집으로 향하고 싶다.

 

Hanoi Cà phê  Enregistré sur le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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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vietnamien

Adresse : 30 Boulevard des Italiens, 75009 Paris, France

Horaires :

12:00–01:00

Website : hanoi-caphe.com

Téléphone : +33 1 48 78 03 61

NAMI는 전직 에어프랑스 승무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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